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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動容貌, 出辭氣 正顔色)

kiku929 2013. 4. 13. 00:49

 

 

 

요즈음 학문 가운데 예전과는 달리 오로지 반관(反觀)이라 이름 붙이고 외모를 단정히하여 행실을 바르게 하는 것을

허식이라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약삭빠르며, 방탕하게 그리고 마음을 풀어놓고 살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학문풍조를 듣고

제 세상 만난 듯 기뻐하며 결국은 예절을 잃고 제멋대로 처신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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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은 성인들이 먼저 외모부터 단정히해야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원리를 전혀 모르는 탓이다.

비스듬이 드러눕고 옆으로 삐딱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 (動容貌, 出辭氣 正顔色)가 학문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중에서 / 지은이: 정약용, 옮긴이:박석무 / 창비

 

 

 

 

 

 

이 글은 1803년 정월 초하루에 쓰여진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이 백년이 넘는 시공간을 넘어 정약용의 편지를 지금 내가 읽고 있다고 생각하면 신비롭기 그지없다.

더구나 편지라는 것은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기에 역사속 인물 '다산'이 아닌,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구구절절 편지에 적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에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의 행실을 우려하는 대목에서는 지금 우리가 젊은이들을 염려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한다.

 

편지 대부분에서 다산은 아들들에게 "평민으로서 배우지 않는다면 못난 사람이 되고 말지만, 폐족으로서 배우지 않는다면 마침내는

도리에 어긋나 비천하고 더러운 신분으로 타락하게 된다."면서 공부에 전념할 것을 곡진하게 당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문의 근본은 바른 행실에 있음을 명심하도록 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는 단정한 정신은 단정한 외모 속에 깃든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마음 속에 새겨놓고 싶은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