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물고기님 블로그에서...
복사꽃
송 찬호
옛말에 꽃싸움에서는 이길 자 없다 했으니
그런 눈부신 꽃을 만나면 멀리 피해 가라 했다
언덕 너머 복숭아밭께를 지날 때였다
갑자기 울긋불긋 복면을 한
나무들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바람이 한 번 불자
나뭇가지에서 후드득 후드득,
꽃의 무사들이 뛰어내려 나를 에워쌌다
나는 저 앞 곡우(穀雨)의 강을 바삐 건너야 한다고
사정했으나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땐 술과 고기와 노래를 바쳐야 하는데
나는 가까스로 시 한 편 내어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
재밌다.
꽃의 무사라니...^^
여기저기 만개한 꽃들, 꽃들...
나도 조만간 잠복하고 있는 꽃의 무사들과 마추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저 봄 언덕을 넘어가야겠다.
무사히 넘기 위해 난 무얼 바치면 될까?
아니, 무엇을 바칠 수 있을까?
줄 게 없는 나는
어쩌면 발에 걸려 고꾸라질런지도 모르니
두 발에 단단히 힘을 주고 무사들과 대적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치열한 전투가 될런지도...
백전백패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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