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몸에게 / 김제현

kiku929 2013. 3. 26. 08:55

 

 

 

 

몸에게

 

 

 

김제현

 

 

 

 

안다

안다

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리게 한 일

지쳐 쓰러진 네게 쓴 알약만 먹인 일 다 안다

오로지 곧은 뼈 하나로

견디어 왔음을

 

미안하다, 어두운 빗길에 한 짐 산을 지워주고

사랑에 빠져 사상에 빠져

무릎을 끓게 한 일

쑥국새, 동박새 울음까지 지운 일 미안하다

 

힘들어하는 네 모습 더는 볼 수가 없구나

너는 본시 自遊의 몸이었나니 어디든 가거라

가다가 더 갈 데가 없거든 하늘로 가거라

뒤돌아보지 말고

 

 

*박기섭의 시조산책 <가다 만듯 아니 간듯>에서

 

 

 

 

 

 

 

내 몸의 주인은 나이면서도 사는 동안 잠깐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좋은 것 많이 보여주고, 좋은 생각 하게 해주고, 좋은 음식 먹이고, 건강하고 깨끗하게 몸을 가꿔주면서

소중하게 아껴써야겠다.

이왕에 나와 인연을 맺은 몸이라면 주인 잘 만나서 호강했다는 말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난 내 몸에게 미안한 일을 많이 했다.

주인이 게을러서 잘 보살펴주지를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나와 더불어 사이좋게,

혹여 아픈 몸이라고 해도 그 아픔까지 친구처럼 달래가며 어루만져가며 살아가야겠다.

 

그동안 미안하다,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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