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게
김제현
안다
안다
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리게 한 일
지쳐 쓰러진 네게 쓴 알약만 먹인 일 다 안다
오로지 곧은 뼈 하나로
견디어 왔음을
미안하다, 어두운 빗길에 한 짐 산을 지워주고
사랑에 빠져 사상에 빠져
무릎을 끓게 한 일
쑥국새, 동박새 울음까지 지운 일 미안하다
힘들어하는 네 모습 더는 볼 수가 없구나
너는 본시 自遊의 몸이었나니 어디든 가거라
가다가 더 갈 데가 없거든 하늘로 가거라
뒤돌아보지 말고
*박기섭의 시조산책 <가다 만듯 아니 간듯>에서
내 몸의 주인은 나이면서도 사는 동안 잠깐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좋은 것 많이 보여주고, 좋은 생각 하게 해주고, 좋은 음식 먹이고, 건강하고 깨끗하게 몸을 가꿔주면서
소중하게 아껴써야겠다.
이왕에 나와 인연을 맺은 몸이라면 주인 잘 만나서 호강했다는 말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난 내 몸에게 미안한 일을 많이 했다.
주인이 게을러서 잘 보살펴주지를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나와 더불어 사이좋게,
혹여 아픈 몸이라고 해도 그 아픔까지 친구처럼 달래가며 어루만져가며 살아가야겠다.
그동안 미안하다,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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