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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의 크기 外 의자, 2편 / 이정록

kiku929 2013. 5. 1. 08:33

 

 

 

 

 

 

 

한숨의 크기

 

 

이 정록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냇물 흐린다지만,
그 미꾸라지를 억수로 키우면 돈다발이 되는 법이여.
근심이니 상심이니 하는 것도 한두 가지일 때는
흙탕물이 일지만 이런 게 인생이다 다잡으면,
마음 어둑어둑해지는 게 편해야.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라.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


 

*이정록 시집《어머니 학교》

 

 

 

 

 

 

*

오늘 일자,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 실린 시다.

고도원의 편지를 구독한지 십 년 가까이 된다.

읽어보지 않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소개되는 글 중에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종종 있어서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일을 십 년 넘게 꾸준히 한다는 것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매일 아침 메일 속에 섞인 편지를 보면서, 자신을 세상을 위해 유익하게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는 좋지 않은 소식도 많지만 내 마음과 눈을 좋은 곳으로 향하게 하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

이정록 시인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시에서도 수필에서도...

 

그의 어머니는 시골에서 홀로 농사짓고 사시는 그야말로 촌부이다.

하지만 시인이 건네는 어머니의 말씀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느낀 깨달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가슴에 더 와닿는가보다.

 

내가 좋아하는 시 중에 <의자>라는 시를 곁들인다.

이 시 역시 시인의 어머니의 말씀이 들어 있다.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 애 네가
아버지 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 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 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
의자 몇 개 내놓는거여

 

*시집 <의자>중에서

 


                 

 

 

 

 

다시 또 읽어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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