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2013))

kiku929 2014. 2. 27. 00:03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 이은 세 번째 작품.

할레드 호세이니에겐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는데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의 미국 작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역사가 배경이 된다. 왕정에서 공화당, 그리고 다시 쿠데타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현장을 오롯이 온몸으로 겪어내는 개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고통스럽지만 그러나 비극적이지 않고, 절망적이지만 끝까지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 역설적이게도 삶의 희망과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슬프지만 아름답고 따뜻하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가난 때문에 어릴 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두 남매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누구보다 의지하고 사랑했던 오빠와 여동생. 그러나 그 둘이 생이별을 해야 했을 때, 오빠는 기억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여동생은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빠의 평생은 누이에 대한 상실감을 안고 사는 고통스런 삶일 수밖에 없었고, 여동생은 자기 생에서 어느 한 부분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으로 삶의 부재를 느끼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두 오누이가 우여곡절 속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이미 오빠는 치매에 걸려 여동생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동생은 오빠가 자기를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아 왔는지를, 자기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오빠의 딸을 통해 느끼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빠가 죽고 난 후, 오빠의 물건 속에서 “나의 동생 파리에게”라는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곧 내가 빠져 죽게 될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단다. 그래서 들어  가기 전에 너를 위해 기슭에 이것을 남기는 거야. 동생아, 네가 언젠가 이걸 보고 내가 걸어 들어갈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았으면 싶어서다.

 편지의 날짜는 오빠가 처음 치매라는 진단을 받은 날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전작들의 배경이 아프가니스탄에 한정지어진 것에 비해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훨씬 확장되어진다. 두 주인공과 그 주인공들을 둘러싼 또 다른 인물들이 아프가니스탄, 프랑스, 그리스, 미국 등을 배경으로 장마다 자신의 스토리를 갖고 단편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때문인지 처음엔 쉽게 몰입하여 읽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끝 무렵에서는 작가가 왜 이렇게 멀고 어렵게 돌아왔는지를 한 순간 이해하게 된다. 우리네 삶은 가깝든 멀든 그물망처럼 엮어져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산 정상에서 큰 소리로 외치면 메아리로 그 소리가 울려오는 것처럼, 우리의 어떤 선택과 행동들도 반드시 다시 되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 울림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자신이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에서라도 언젠가 그 울림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온다고 이 책은 전한다. 내가 보지 못한다고, 듣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 책을 덮을 즈음이면 작가의 울림이 가슴 속에서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2014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