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웃긴 꽃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시집『 소를 웃긴 꽃 』(문학동네, 2007)
무더기 무더기 피어난 꽃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
얼마나 많이 피었길래
꽃이 소를 들어올린 듯 보였을까.
꽃 속에 있으면
모두가 행복해지나봐.
달팽이 개미 지렁이 나비 벌들도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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