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우 롱고롱고*
김지녀
롱고롱고, 이것은 새와 물고기의 인사법
나뭇가지가 푸른 잎을 흔들어 멀리 새를 부르고 바람을 일으키면
부드럽게 헤엄쳐 오는 새털구름
언젠가 섬에서 숲이 크게 우거져 하늘이 작아졌을 때
사람들은 수많은 말을 배우고
서로의 손뼉을 치며 노래했지
모든 새들이 물고기와 교미했네 그리고 해가 태어났네**
바다는 푸른 뱃살을 흔들며 춤추고
롱고롱고, 섬은 아름다운 밤이 계속되었어
이름 없이도 따뜻한 입김으로
나무는 하루에도 수천 번 다르게 빛나는 잎을 틔우고
새와 물고기를 닮은 사람들은
새소리 같기도 하고 물고기 지느러미 같기도 한 말들로
안부를 묻고
사랑을 하고
슬픔을 어루만졌지, 롱고롱고
그러다 아침이 오고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롱고롱고, 소리를 말고 있으면 오늘은 새와 나무가 되어
어쩌면 물고기가 되어
어디로든 흘러 다닐 것 같아
말하고 있지 않아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롱고롱고, 이렇게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있으면
* 이스터 섬의 아직 해독되지 않은 상형문자가 새겨진 나무 책.
** 서양의 한 언어학자가 해석한 롱고롱고의 문장 중 하나.
[시소의 감정], 민음사, 2009.
*
새와 바다와 물고기와 나무와 구름이 서로 말 할 수 있다면
분명 그것은 아름다운 언어일 것이다.
아무런 의미는 없어도 너와 나의 약속쯤으로 입에 맴도는 주술같은 말 하나 있다면
때로는 마음 따뜻하게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롱고롱고...
가만히 소리내어 부르고 있으면 내가 샤먼이 된 듯한 야릇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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