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내 몫이 아니어서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 청춘착란 중에서

kiku929 2015. 10. 28. 18:48

 

 

 

 

11월에는 남해 금산 보리암에 갈 생각이다. 바다가 보이는 암자, 그곳 사람들이 허락해준다면

하루를 그곳에서 자고 새벽 바다를 보고 싶다.

 

너무 무미건조한 것도 끔찍하게 싫지만, 가슴 뛰는 일,가슴 벅착 하는 일,

내 몫이 아니어서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근거림도, 이젠, 싫다.

 

스물 한 살의 금산 보리암이 어떤 결연한 의지였다면 서른셋의 자그마한 암자는 나의 그냥 친구다. 네가

살아 있는 한 나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의 친구니까

 

 

- 박진성 산문집 <청춘착란>중에서 p173

 

 

 

 

 

 

*

 

이제 곧 11월,

아직 한 해가 가려면 두 달이나 남았지만, 두 달이 봄의 두 달인 시간과 다르지 않지만,

벌써 마음이 기운다.

여름이 지나고 바다도 보지 못했는데 벌써 가을이 왔다.

놓쳐버리면 그만인 것인데 놓치고 나서야 놓친 것을 안다.

 

이제는 가슴 뛰는 일, 설레는 일도 부담스럽다.

그냥 좋은 것을 보면 감탄할 수 있는 감각만 살아 있기를....

그 감각으로 내 생이 좀더 풍요로워지기를...바랄 뿐.

 

**

 

남해 금산 보리암...

예전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곳.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