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저수지...
호수
장옥관
그 귀는 수평이다 너무 큰 귓바퀴다
뭉쳐졌다 풀리는 구름의 뒤척임을 듣는다 여뀌 풀씨 익어터지는 소리를 삼킨다 미끄러지는
물뱀의 간지럼도 새긴다
소리의 무덤이다 콩죽 끓듯 빠져드는 빗방울 깨물며 소리를 쟁인다 소리가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나가는 걸 본다 잎새들 입술 비비는 소리가 나이테를 그리듯,
모로 누워 베개에 귀 붙이면 부스럭부스럭 옆에서 뒤척이는 소리 쉰 해 동안 내 몸으로 빠져든
온갖 소리들 속삭이는 소리 숨 몰아쉬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숨죽여 우는 소리...
들여다보면 소리들 삭아 부글거리는 검은 뻘
호수가 얼음 문 닫아걸듯 나 적막에 들면 빠져든 소리들은 다 어디로 새어나갈까 받아먹은
소리 다 내뱉으면 그게 죽음일까 들이마신 첫 숨 마지막으로 길게 내뱉듯이
* 장옥관 시집『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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