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임승유
오늘의 날씨에 안감을 대고
단추를 만지작거리지
단추는 구멍이 하나
단추는 구멍이 두 개
구멍이 네 개일 때는 외로움도 어려워져
글라디올러스
아스파라거스
발음을 하는 동안에도 자라는 이름을 지어주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사탕을 녹여 먹고
오늘의 날씨에 안감을 대면
앞다투어 아이들이 뛰어오고
뛰어오면서 녹는다
키스처럼
신발을 어디서 벗었는지 기억하지 않기로 하자
망고를 먹으면
망고의 기억을 갖게 되지
서로의 기억 속에 이빨을 박고
서로의 이빨을 빛나게 닦아주면서
-임승유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 문학과 지성사,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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