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고형렬
허공으로 공을 올린다, 두 팔을 벌려 하늘로 올린다
흰 공이 아름답게, 공중으로 올라간다
바느질 자국이 보였다
타지지 않도록, 아프게 꼬매져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공
공은 화려하다
공은 다시 내려간다, 하얀 네트를 넘어 상대방으로
상대방은 공을 받는다, 토스를 한다
가슴을 활짝 펴고, 하늘로 공을 올린다
아, 아름다운 여자여
그때 그녀는, 공을 보내고 쓰러졌다
그때 내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튤립이 하늘에 활짝, 피었다 졌다
번쩍번쩍, 하더니 꽃은 사라졌다
한 시대가 갔다, 아름다운 사람들!
- 고형렬, 시집 『밤 미시령』(창비, 2006)
*
이런 느낌의 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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