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에 대해 쓴다
유 하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는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현 속의 푸른색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열매의 환한 빛도 꺼지듯
한 사랑이 끝난다는 건
그와의 사랑을 통해 낳고 싶었던
그 모든 풍경이 한 순간 어둠에 잠긴다는 뜻.
희망도 빛도 열망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요하다 / 정재영 (0) | 2010.01.12 |
---|---|
말 / 이기철 (0) | 2010.01.12 |
거룩한 식사 / 황지우 (0) | 2010.01.11 |
기쁨 / 나태주 (0) | 2010.01.11 |
드디어 / 최정례 (0) | 2010.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