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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식사 / 황지우

kiku929 2010. 1. 11. 19:33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병원에 있을 때 어떤 할머니가 장이 꼬여 들어오신 적이 있다.

의사는 일단 금식을 시키고 호수를 코에서 위까지 집어 넣어 담즙을 빼내도록 했는데

다음날 할머니는 의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자, 의사가 하는 말이

"할머니, 하루도 안먹고 살 수 있어요?

이게 다 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안먹고도 살 수 있으면 이런 거 안해도 돼요."

 

내 한 몸, 한 세상 살아가도록 하는 거룩한 행위인 먹는 일...

그건 살아있다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성스러운 몸짓이라 할 수 있을 테지.

그러니 혼자만의 남루한 식사라 할지라도 죽을 때까지

내 손으로 나에게 먹을 것을 떠넣어 줄 수만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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