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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하

kiku929 2010. 1. 12. 21:28

 

                        

 

 

 

 

그 사랑에 대해 쓴다 

 

                 
                           유 하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는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현 속의 푸른색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열매의 환한 빛도 꺼지듯

 

 

 

 

 

 

한 사랑이 끝난다는 건

그와의 사랑을 통해 낳고 싶었던

그 모든 풍경이 한 순간 어둠에 잠긴다는 뜻. 

 

희망도 빛도 열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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