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봄밤...

kiku929 2016. 3. 21. 00:04






봄밤...

커피를 마신다.

불면이라면서 이 시간에 커피를 마시다니...

하지만 나에겐 커피와 잠과는 상관관계가 적은 듯 싶다.

커피를 마시든 마시지 않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계절마다 나를 잠못들게 하는 밤은 대체로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나 바람 많은 여름, 창문으로 찬바람이 느껴지는 가을, 그리고

비가 내리는 겨울 밤들인 것 같다.

그런 밤들은 나름의 빛깔이 있어 그 빛깔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나는 일부러 잠을 자지 않고 창가를 서성이게 된다.

그러면서 행복, 하다고 생각한다.


생각나는 사람, 보고싶은 사람, 그리운 시간들이 있지만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가끔은 외롭기도 하다.

이제는 감정이란 것은 누군가와 나누는 것이 아닌 혼자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버린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 더구나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것은 덜 성숙된, 어른스럽지 못한 것쯤으로 점점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러니 나같이 천성적으로 감정에 취약한 사람들은 밤에 불을 켜고 뭔가를 할 수밖에...


달력을 보니 오늘은 춘분... 절기상으로도 봄인 것이다.

하루중 베란다에 나가 있는 시간을 모두 합한다면 2시간 정도 될 것이다.

잎을 따주고 꽃이 나오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햇살에 자리를 바꿔주고 흙을 북돋아주기도 하면서...

그 속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나에게 저 꽃들이 없었다면 난 지금보다 슬픈 날이 많았을 것이다.


커피도 다 마시고 베란다에 나가 꽃들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해야겠다.

몸이 자꾸 기우는 곳, 기울고 싶어지는 곳, 그곳이 지금 내 마음이 가 있는 곳이겠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화초를 키우는 동안 나는 사랑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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