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낀 밤의 데이트>
일주일간의 여행이 끝나고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창밖의 햇살이 눈부시다.
음악이 흐른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일주일의 시간은 음각이 되었을까.
나는 어제에도 그제에도 여기에 앉아 계속 해왔던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여행은 어쩌면 시간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을 벗어난 시간은 일상으로 돌아오면 뒷쪽으로 숨어버리므로.
그러나 지금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또한
그 삶의 뒤로 숨어버린 시간들이 있어서인지도 모를 일.
지나간 기억들, 시간, 사람, 사랑, 풍경들 그리고 순간순간 가슴위로 치고 올라오는 어떤 감정들...
삶은 그런 것들로 소중해지고 경이로워진다.
여행은 나의 자리로 부터 멀리 있게 하여 스스로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식으로든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그래,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어떻게 다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름다운 순간들이 징검다리 건너듯 저 곳으로 폴짝폴짝 건너간다.
아름다운 순간은 시간이 흐르지 않아도 그 순간에 알아차린다.
아, 이 순간은 참 아름답구나, 내가 잊지 않겠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