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녕, 드라큘라 >/ 하재연, <Let me in> / 김경주

kiku929 2016. 11. 23. 10:06




안녕, 드라큘라

하재연

당신이 나를 당신의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면
나는 아이의 얼굴이거나 노인의 얼굴로
영원히 당신의 곁에 남아
사랑을 다할 수 있다.
세계의 방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햇살로 가득하지만,
당신이 살아있는 사실, 그 아름다움을 아는 이는
나 하나뿐.
당신은 당신의 소년을 버리지 않아도 좋고
나는 나의 소녀를 버리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
세계의 방들은 온통 열려 있는 문들로 가득하지만,
당신이 고통스럽다는 사실, 그 아름다움을 아는 이는
나 하나뿐.
당신이 나를 당신에게 허락해 준다면

나는 순백의 신부이거나 순결한 미치광이로
당신이 당신임을
증명할 것이다.
쏟아지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낳을 것이고
우리가 낳은 우리들은 정말로
살아갈 것이다.
당신이 세상에서 처음 내는 목소리로
안녕, 하고 말해 준다면.
나의 귀가 이 세계의 빛나는 햇살 속에서
멀어 버리지 않는다면.


-시집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에서>>에서






Let me in



김경주



내 수많은 이름 중
가장 슬픈 이름은
너라는 이름이야

너를 처음 보았을 때
하얀 눈 위에
넌 잠들어 있었지
네 곁에 나는 가만히 누웠어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난 잠옷을 입고
널 따라갔어
네 잠옷 속에 들어가 웅크렸지

무서워도 난 소리 내지 않고
사랑해
무서워서 난 소리 내지 않고
사랑해

내 수많은 이름 중
가장 슬픈 이름은
네가 불러준 이름이야

-시집 <<고래와 수증기>> 중에서




*


영화 <Let me in>을 보고 썼다는 시...






영화 <Let me in> 줄거리


12살 뱀파이어 소녀와 그녀를 사랑한 두 남자의 잔혹로맨스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후 외톨이 소년 ‘오웬’의 옆집에 한 소녀와 중년의 남자가 새로 이사 온다. 추운 겨울 밤, 소년은 ‘루빅 큐브’를 계기로 소녀와 가까워지고 둘은 은밀한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 애틋한 감정을 주고받게 된다. 그러나 착하고 순수하게만 보이는 소녀의 실체는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목을 물어뜯는 괴수의 본능을 지닌 12살 뱀파이어, ‘애비’. 소녀의 곁에는 마치 아버지처럼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그녀에게 피를 공급해주기 위해 살인까지 벌이며 헌신한다. 대체 왜 그는 소녀를 위해 살인자를 자처하는 것일까? 그리고 처음 찾아온 사랑인 소녀에게서 인간을 살육하는 악마의 본성을 목격한 소년 오웬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12살 뱀파이어 소녀와 외로운 옆집소년, 그리고 그들을 질투하는 중년의 남자…이 세 사람의 관계가 얽히면서 슬프고도 잔혹한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Daum>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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