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걸려 있다 / 황정산

kiku929 2017. 12. 28. 02:09



걸려 있다




황정산




빈 놀이터 녹슨 철봉에 빨랫줄이 매어 있다

어느 날 없어진 아이들이

빛바랜 난닝구 늘어진 꽃무늬 몸빼가 되어

거기 걸려 있다

쉬이 늙는 것은 수크령만이 아니다

가벼운 것들이 날아가다 잠시 붙들려 있다

유령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빨래가 철봉에 걸려 놀이터가 비어 있다

난닝구와 몸빼를 벗고

아이들이 사라진다

매달린 것들은 모두 날아가는 것들이다


놀이터에 빨래가

하나씩 지워지고 있다


빨랫줄엔 빈 햇살이 걸려 있다




-《시와 반시(2017년 겨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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