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 돌림 노래
박은정
두 손을 움켜쥐고
줄넘기를 돌리는 밤
한 번 두 번 세 번
공중으로 떠오를 때마다
어제의 파랑이 빛나고
붉은 개미떼들이
땅속으로 흘러가며
너의 아름다운 발음을 통과한다
나고야,
너는 죽었니 살았니
스무 개의 입술이 너를 반복할 때
우리는 무엇도 간섭하지 않으며 땀을 흘리고
너의 퍼머넌트 머리칼과 작은 가슴이
환영처럼 흔들리면
나고야,
너는 흥미로운 중심부
매초마다 변하는 감정 아래
서로의 똑같은 표정을 견디는 것
꽃가루가 흩날리고
성급한 여름이 오고 있었다
다리에 걸린 줄이
밤의 한철을 넘지 못할 때
나고야, 이것은 너의 이름이 깊어지는 병
열뜬 잠의 출구가 열리면
더없이 다정한 돌림노래를 부른다
감정의 바닥도 없이
낯선 도시는 어둠을 새기며
척, 척, 척,
꿈에서 추락할 때마다
한 척씩 키가 자라는 소리를 지르고
나고야,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공중을 뛰면 발바닥이 아파왔지
어떤 부유의 밤에도
젖은 얼굴이 서럽지 않도록
네 눈썹에 얹힌 꽃잎
한없이 투명해진다
-시집『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문학동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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