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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인(思美人) /굴원(屈原)

kiku929 2018. 3. 18. 13:16





사미인(思美人)


굴원(屈原)



思美人兮(사미인혜) : 아름다운 님을 그리다

擥涕而佇貽(람체이저이) : 눈물을 훔치고서 홀로서서 멀리바라보네.

媒絶路阻兮(매절로조혜) : 중매도 끊어지고 길도 막히고

言不可結而詒(언불가결이이) : 글로 적어서 줄 수가 없도다.

 

蹇蹇之煩冤(건건지번원)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심정

陷滯而不發(함체이불발) :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네.

申旦以舒中情兮(신단이서중정혜) : 몇 날을 내 마음 전하려 하여도

志沈菀而莫達(지침울이막달) : 그 뜻은 가라앉고 맺혀 전할 수 없네.

 

願寄言於浮雲兮(원기언어부운혜) : 뜬 구름에 내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遇豐隆而不將(우풍륭이불장) : 벼락의 신 풍륭을 만났건만 이 내 말 들어주질 않네.

因歸鳥而致辭兮(인귀조이치사혜) : 돌아가는 새가 있어 내 말 전하려하였는데

羌迅高而難當(강신고이난당) : ! 높이 빠르게 높이 날아올라 감당하기 어려워라.

 

高辛之靈盛兮(고신지령성혜) : 옛날 고신씨는 성스러워라

遭玄鳥致詒(조현조치이) : 제비를 만나 알을 받았지만

欲變節以從俗兮(욕변절이종속혜) : 절개를 버리고 세속을 따르려 해도

媿易初而屈志(괴역초이굴지) : 초지를 바꿔 굽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로다.

 

獨歷年而離愍兮(독력년이리민혜) : 나 홀로 숱한 세월을 시름 속에 지내지만

羌馮心猶未化(강풍심유미화) : , 이 울분 가셔지지 않는구나

寧隱閔而壽考兮(녕은민이수고혜) : 차라리 가슴치며 이대로 오래 살아보아도

何變易之可爲(하변역지가위) : 어찌 이 마음을 변할 수 있으리오

 

知前轍之不遂兮(지전철지불수혜) : 전철을 밟으면 아니 될 줄 알면서도

未改此度(미개차도) : 이러한 태도를 고치지 못하네.

車旣覆而馬顚兮(거기복이마전혜) : 수레가 전복되고 말이 넘어져도

蹇獨懷此異路(건독회차이로) : 절뚝거리며 홀로 이 다른 길을 걸어가노라

 

勒騏驥而更駕兮(늑기기이갱가혜) : 천리마에 재갈을 물리어 다시 수레를 부려서

造父爲我操之(조보위아조지) : 조보에게 날 인도하도록 하고는

遷逡次而勿驅兮(천준차이물구혜) : 뒤로 물러나 천천히 달리게 한다.

聊假日以順時(료가일이순시) : 한가한 나날을 보내며 때를 기다리고자

指嶓冢之西隈兮(지파총지서외혜) : 파총산 서쪽 기슭을 가리키며

與纁黃以爲期(여훈황이위기) : 황혼녘을 기약으로 삼노라

 

開春發歲兮(개춘발세혜) : 봄이 시작되고 새해가 열려서

自日出之悠悠(자일출지유유) : 하얀 해가 서서히 솟아오르니

吾將蕩志而愉樂兮(오장탕지이유락혜) :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거움을 느끼고자

遵江夏以娛憂(준강하이오우) : 강하수 가를 거닐며 시름을 달래노라.

 

擥大薄之芳茝兮(람대박지방채혜) : 우거진 덤불 속에서 방초를 캐고

搴長洲之宿莽(건장주지숙망) : 길다란 모래톱에서 숙망을 캐지만

惜吾不及古人兮(석오불급고인혜) : 옛 성현과 시대를 같이 할 수 없으니 애달프고

吾誰與玩此芳草(오수여완차방초) : 누가 있어 이 방초를 가지고 함께 노닐까.

 

解萹薄與雜采兮(해편박여잡채혜) : 덤불과 여러 향기 나는 풀들을 풀어 쌓았다가

備以爲交佩(비이위교패) : 묶어서 허리에 차다.

佩繽紛以繚轉兮(패빈분이료전혜) :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광채 돌더니

遂萎絶而離異(수위절이리이) : 끝내는 버려져서 불 품도 없이 되었구나.

 

吾且儃佪以娛憂兮(오차천회이오우혜) : 나는 잠시 배회하며 시름을 달래다가

觀南人之變態(관남인지변태) : 남쪽 사람들이 태도를 바꿀 것을 기대하고

竊快在中心兮(절쾌재중심혜) : 이 내 심지 굳음을 남몰래 기꺼워하며

揚厥憑而不竢(양궐빙이불사) : 울분을 토하고 나면 바랄 것이 없도다.

芳與澤其雜糅兮(방여택기잡유혜) : 향기와 악취가 섞여서 풍기더라도

羌芳華自中出(강방화자중출) : , 아름다운 꽃은 절로 피어나는 것이로다.

 

紛郁郁其遠承兮(紛郁郁기원승혜) : 아름다운 향기 물씬물씬 먼 곳까지 이르는 건

滿內而外揚(만내이외양) : 안에 가득 차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니

情與質信可保兮(정여질신가보혜) : 충정과 소박함을 진실로 보전한다면

羌居蔽而聞章(강거폐이문장) : ! 가려져 있지만 그 명성은 빛나리라.

 

令薜荔以爲理兮(영벽려이위리혜) : 벽려로 이 마음을 설명하려 해도

憚擧趾而緣木(탄거지이연목) : 발을 들어 나무에 타기 겁난다.

因芙蓉而爲媒兮(인부용이위매혜) : 연꽃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하려 해도

憚蹇裳而濡足(탄건상이유족) : 옷을 걷고 갔다 발 더러운 물에 적실까 두려워라.

 

登高吾不說兮(등고오불열혜) : 높이 오르는 걸 나는 좋아하지 않고

入不吾不能(입불오불능) : 속세의 흐름을 따름도 나는 할 수 없으니

固朕形之不服兮(고짐형지불복혜) : 진실로 나는 본시 성품이 너무 곧아서

然容與而狐疑(연용여이호의) : 주저주저 갈피를 못 잡고 있도다.

 

廣遂前畫兮(광수전화혜) : 예부터 품은 뜻을 한결같이 이루려고

未改此度也(미개차도야) : 아직도 이러한 태도 바꾸지 않았도다.

命則處幽吾將罷兮(명칙처유오장파혜) : 운명이라면 그윽한 곳에 처하며 장차 마치며

願及白日之未暮(원급백일지미모) : 저 해가 저물지 않기를 바랄 뿐이로다.

獨焭焭而南行兮(독경경이남행혜) : 홀로 외로이 남녘으로 가면서

思彭咸之故也(사팽함지고야) : 팽함의 옛 일 그리워하노라.



굴원(屈原)
출생BC 343
사망BC 278

전국 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
초나라에서 형성, 발전한 시가총집인 《초사》의 대표적인 작가로, 초나라 특유의 색채를 담은 낭만적인 시풍을 확립시켰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소〉, 〈어부사〉, 〈애영〉 등이 있다.





*
이 시가 나오기 전 아름다운 여자는 미녀라고 불리었다.
미녀, 그 이전에는 미희였다고 한다.
그 미녀가 굴원이 '人'자를 붙여줌으로써 한낱 아름다운 여자에 불과했던 미녀의 격이 높아진 셈이다.
미녀에게 인격과 영혼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이 시의 영향을 받은 것이 바로 정철의 사미인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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