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발화 / 신동혁

kiku929 2018. 2. 8. 10:11




발화




신동혁




식탁보에 꽃이 수놓아져 있다


바람이 불면

나는 가시넝쿨을 뒤집어쓴다


창밖이 보이지 않아 벽을 기어오를 때

빈 접시들을 떨어뜨리고

나의 두 팔을 길게 떨어뜨릴 때


식탁보는 돌아오는 것이다


이미 불타버린 채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내는 동안

어디선가 무섭게 꽃이 번지고 있어서


불이 눈을 뜨고 있어요

불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잠시 얼굴을 묻어보았을 뿐인데


아침은 없고

아침을 닮은 고요만 남아 있듯


식탁보에 꽃이 수놓아 있다

덮지도 펼치지도 못한 채


바람이 분다



-《시인동네》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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