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우내내 움츠렸던 / 조정권

kiku929 2010. 1. 13. 19:45

 

                             

 

 

 

겨우내내 움츠렸던 

 

                          조정권

 

  

겨우내내 움츠렸던

마로니에 나뭇가지에

움이 돋기 시작하더니

툭툭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요 얼마 전까지는 물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하더니

며칠 사이는 물빛이 뚜렷하게 보이더니

저마다들 몇 밤만 지내면 나온다는 소리까지 들리더니

오늘은 일제히 움을 찢고 새파랗게 잎순들이 나왔습니다

아 참 반갑습니다

뜨시뜨시한 밥 한 사발

아랫목에 감추어 두었다가 내미는 마음

아 참 반갑습니다

 

 

 

 

 

어느사이 차가운 땅 아래에서 초록밥을 지어놓은 걸까요? 겨울은...

참으로 앙큼한! ^^

소리없이 몰래몰래 밥을 짓고 따뜻한 아랫목에 감추어 두었다가

초록이 못내 고플 때 짠~ 하고 내놓는 일이라니요.

 

참 반갑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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