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by 황금물고기>
산경
도종환
하루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네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해인으로 가는 길 (문학동네 2006)
기도합니다.
나의 하루하루가
내 주변에 크게 도움은 되지 못해도
허물없이만 흘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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