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내 움츠렸던
조정권
겨우내내 움츠렸던
마로니에 나뭇가지에
움이 돋기 시작하더니
툭툭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요 얼마 전까지는 물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하더니
며칠 사이는 물빛이 뚜렷하게 보이더니
저마다들 몇 밤만 지내면 나온다는 소리까지 들리더니
오늘은 일제히 움을 찢고 새파랗게 잎순들이 나왔습니다
아 참 반갑습니다
뜨시뜨시한 밥 한 사발
아랫목에 감추어 두었다가 내미는 마음
아 참 반갑습니다
어느사이 차가운 땅 아래에서 초록밥을 지어놓은 걸까요? 겨울은...
참으로 앙큼한! ^^
소리없이 몰래몰래 밥을 짓고 따뜻한 아랫목에 감추어 두었다가
초록이 못내 고플 때 짠~ 하고 내놓는 일이라니요.
참 반갑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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