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집착하여 미련을 가지다'이다.
그런데 집착하지 말아라, 미련을 갖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연연하지 말아라' 라는 이 말이 훨씬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정하는 데에 가장 장애가 되는 마음 중 하나가 바로 연연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직장을 그만 두는 일도, 하던 취미를 그만 두는 것도, 이별 하는 것도 바로 이 연연한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결단 같은 것이 생긴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게 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게 된다. 뭔가를 정리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처럼 결정장애가 심각한 사람은 이 말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
물건을 한참 고민하고 사와도 내가 사오지 않은 다른 물건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 물건을 자꾸 떠올리는 것이다.
이럴때 스스로 '연연하지 말자'라고 말하면 순식간에 그 마음이 정리가 된다.
살면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인정하는 것인 것 같다.
원치 않은 결과는 매번 자주, 쉽게 다가온다. 원치 않기에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어떤 연유라면 자신의 어리석음, 혹은
억울함 같은 것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그 또한 지나간 것이고 어쩔 수 없다면 인정하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
넘어지는 것은 늘 있는 것이지만 그 자리를 딛고 다시 일어나 의연히 갈 수 있는 법을 지금 나는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베란다를 자꾸만 본다.
우리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었고 나를 치유해줬던 베란다.
저 베란다와 작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자리를 떠난다는 것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감회라는 말...
그러나 연연하지 말자.
법륜 스님의 말씀 중에 "중생들은 살 때는 대충대충 살다가 죽을 때는 조금이라도 더 살려고 아둥바둥 댄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우습기도 하지만 공감가는 말이었다.
살 때 열심히 살고 갈 때는 미련없이 가는 것, 이 말은 인간 관계에도 마찬가지고 직장도 마찬가지이고 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존주의자들의 최대 덕목이 "성실"이라는 너무 평범한 것에 놀랍지만 자기가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산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자기의 전 인생에서 말이다.
쓰러진 자는 그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
그 말씀도 내게는 용기를 주는 말이다.
한마디의 말이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것 같다.
말의 힘은 그래서 생각보다 더 강한 것인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