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이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천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 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2009) 중에서
*
송찬호 시인의 시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이다.
이 시의 고양이는 실제하는 객관적 상관물로서의 고양이일 수도 있지만 자기 안의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은 미련 같은 것을 버리고도
아직 남아 있는 마음의 비린내가 올라오는 때'이기도 할 것이다.
비린내라는 것은 형체가 사라져도 오래 남아 있는 것이므로.
그 비린 마음에 달의 천장에서 꺼낸 맑게 씻은 희고 둥근 접시를 내어주는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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