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가들을 위하여
이설빈
모퉁이 붐비던 눈길 속으로
너무 오래 접혀 있던 빛이
스러졌다 이제는 밤보다 먼저
당신의 눈꺼풀을 끌어 덮는다
얼음이 물에 녹아내리며 더 차갑고
더 쓰라린 물결에 휘감기듯이
뜬눈으로 잠든 일술과 여린말을 섞으며
나는 그 꿈에 동반한다 접붙인 뿌리로서
깍지 낀 두 손에 아까와는 다른 어둠이 깃들어
푸르게 질린 몸 위에 새벽의 얼굴을 빚는다
뒤틀린 서사의 얼룩으로부터 나의 몫이란
당신의 절망의 깊이를 베고 잠드는 것
당신의 몫이란 당신을 호명하는 모든 꿈속에서
눈 뜨는 언덕일 것 기억될 미래로부터
-《릿터》12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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