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피오르드
정지우
거품은 가장 요란한 소리의 끝
쏟아지는 폭포밑엔
그 거품에 꺼질 수 있는 바닥이 있지
나비 떼가 날아가고
폭포가 떨어진 곳은 움푹 파여져 넓어졌지
허공이 뒤집어서 만든 면적
보글거리는 물의 거품은 소리의 관념들
피오르드, 솟아오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뼘 꺼질 수 있지
곡벽은 한 없이 올라갈 수 있는 허공의 중심, 한 없이 무너질 수도
있는 균열, 그 틈으로 키가 자란 날도 깊이였다고
사실, 폭포는 떨어진 것 같지만
이륙하는 풍경이지
화염을 일으키며 솟구치는 화산처럼
겁먹은 말을 자르고 나오는 비명은
한 쪽으로 몰리는 피의 멍
어린 피오르드, 무수한 입을 벌리고 사라진 고도(苦道)의 울림을
찾아 고정된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 때로는 방의 형태로 유빙
의 환월로 낭떠러지로 움푹
한 곳에서 빠지지 않고도 그 공포를 짐작하는 곳은
갑자기 발목을 잡을 수 있겠지만
사랑스런 피오르드, 깊은 발목을 가져서 걸어가는 만큼 허공이
생겨나고 있구나
- 정지우 시집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민음사 2018,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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