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형전(手形轉) / 김경주

kiku929 2022. 1. 24. 16:38

 수형전(手形轉) 

 

 

 김경주

 

 

 

 벽으로 손이 가고 있다

 손에서 새가 흘러나온다

 손은 어둠 속에서

 고도를 갖는다

 손에서 우리가 눈을 뜨면

 우리는 새벽에 한 쌍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나는 비밀이 많은 깃털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벽 속의 새처럼

 새 속에서

 나는 파득거린다

 오늘는 내 손가락 끝에

 앉아 있는 새를

 너라고 부른다

 시는 내 손가락 끝의 

 해발에 앉아 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다른 쌍을 찾는 새처럼

 어둠 속에서

 해발을 못 느끼는

 한 쌍의 손

 한 손은 새가 되어

 네 얼굴을 덮고 싶다

 나를 만졌던

 네 손을 숨기고 싶다

 너는 어떤 인간인가

 눈을 감고 내가

 내려앉는 들에서

 

 

 

 ― 김경주 시집 『고래와 수증기』 (문학과지성사, 201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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