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안현미 누군가 정성으로 아니 무심으로 가꿔놓은 파밭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파 한단을 다듬는 동안 그동안만큼이라도 내 생의 행빛이 남아 있다면, 그 햇빛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면,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일쯤은 일도 아닐까 무심으로 무심으로 파 한단을 다듬을 동안 망우리 지나 딸기원 지나 누군가 무심으로 아니 정성으로 가꿔놓은 파밭 지나 구리 지나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하얗게 하얗게 파꽃이 피는 동안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동안 -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 2014)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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