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긴 편지 / 나호열

kiku929 2010. 1. 15. 17:54

 

                 

                                                                                                                  photo by 황금물고기

 

 

          긴 편지 

 

                                   나호열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날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손금 속으로 사라지는 짧은 그림자 말이지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솟아올라 고이는 샘물처럼 풍경도 슬픔을 제 안에 채워두어야겠지요 바람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내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들은 풍경소리 같았으면 좋겠다.

슬픔의 시간으로 채워 바람을 만나야만 자기 소리를 갖게 되는 깊은 울림처럼.

 

풍경소리같은 말, 풍경소리같은 글, 풍경소리같은 미소, 풍경소리같은 손...

그리운 것에 가닿을 때마다 내 안에서 영근 씨앗들이 오소소 흩어지는...

진실함이란, 간절함이란 이런것이지 않을까.

 

그런 소리들을 어찌 바람이 모른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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