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로 핀 꽃들 / 박두순

kiku929 2010. 1. 15. 17:53

 

 

                        

 

 

   새로 핀 꽃들

 

               

                      박두순

 

 

안개는 일찌감치 걷히고

벌들이 기웃거리는

아침

 

어제 보지 못한

새 얼굴들이

맑게

맑게

서 있다.

 

그들 옆에 가만히 서니

오늘은

누구하고도 다투지 않을 것 같다.

 

 

*<박두순 동시집>, 예림당

 

 

 

 

우리 큰 딸부터 막내가 읽었던 시집,

마음이 우울하거나 가벼워지고 싶을 땐 가끔씩 펼쳐보곤 한다.

 

막 태어난 것들은 참 맑고 순수하다.

그걸 바라보는 눈에도 티가 사라진다.

 

오늘은 나도 꽃과 더불어 한없이 맑아지고 싶은 날.

세상을 향해 나도 모르게 내세운 촉각이나 가시도 다 거둬들이고

해종일 맨 몸으로 꽃 옆에 가만히 서있고만 싶다.

 

날 이대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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