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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말들 / 김선태

kiku929 2010. 1. 16. 12:25

 

 

 

     곡선의 말들

 

 

                                 김선태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무심코 지나치는

 

걸어가다, 돌아가다, 비켜서다, 쉬다 같은 동사들...

 

느리다, 게으르다, 넉넉하다, 한적하다, 유장하다 같은

형용사들...

 

시골길, 자전거, 논두렁, 분교, 간이역, 산자락, 실개천 같은

명사들...

 

직선의 길가에 버려진

 

곡선의 말들.

 

 

 

 

 

언어를 보면 사람의 내면이 보이고 사회가 보인다.

어떤 언어가 많이 쓰인다는 것은 그 언어가 갖고 있는

느낌이나 가치관이 사람이나 사회에 어필하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

 

내가 사회에서 이방인처럼 느낄 때가 있다면 이런 언어의 낯설음을 경험할 때이다.

난 쿨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 사람들은 쿨하다는 말을 좋아하고 자주 사용한다.

사람들은 쿨하게 행동하려 하고,쿨하게 말하려 하고 ,또 쿨하게 사람을 정리하기도 한다.

쿨한 사람이 멋있고 세련된 것으로 이 사회는 인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난 쿨한 것에 잘 적응이 안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서툴다.

내가 좋아하는 언어들은  '쿨하다'에 버려진 말들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예를 들면 순결, 지고지순, 마음, 정성, 여지, 기다려주기, 영원같은 거...

 

쿨한 것을 외치고 지향하는 사회에서 내가 지향하는 언어들을 보석처럼 갖고 사는 것은

많이 외롭고 쓸쓸하고 때론 상처받는 일이다.

그러하더라도 난 죽을 때까지 쿨한 사람은 못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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