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망초꽃/ 안도현

kiku929 2010. 1. 16. 12:26

 

                        

 

                                   

                                       개망초꽃



                       안 도 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 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가슴이 아릴 때마다 문득 돌아보면 내 눈에 들어와주던 꽃들,

오늘 아침 산책 길엔 개망초꽃이 피었더군요.

간밤 누군가 두고간 속말들이 이 아침 망초꽃으로 피어난 거겠지요.

순간 그 꽃이 눈에 시립니다.

 

오늘밤도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개망초 이름을 말할 테고

망초꽃들은 비밀처럼 속닥이는 밀어들에 제 귀를 세우며

달빛 속에서 무더기무더기로 하얗게 피어나겠지요.

 

덕분에 올 해도 개망초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철없이 마냥 곱게만,

아무렇지않게도 피어나네요.

 

개망초꽃 바라보며 가만히 안부를 건네봅니다.

안녕!

부디 행복하기를...

내일 아침 어딘가에선 망초꽃 한 송이 보일락말락 피어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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