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 기형도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기형도의 시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이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조금은 평이하고 조금은 통속적일 수도 있는 이 구절이

왜 난 그렇게나 좋은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