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같은
김미선
아버지 떠나고
그 이듬해 봄이던가,
장대비가 몇 날 며칠 내리고
꽃도 빗물 속에 피었다 져버리고
꽃잎 따라 흘리던 붉은 눈물
꽃져가는 세월이여, 따르지 못한 아픔이여
빗물인지 꽃물인지 범벅으로 흘러내리던
꽃의 세월은 왜 그리도 짧은 것인가
꽃은 지고 못 잊을 사람만
어제 일같이 생생하게 비추는데
하늘은 빗물로 나의 마른 삶을 씻어내고
앞산도 해 그림자를 둥글게 지우니
인생사 어디에도 없을
아득한 봄날에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를 앞산만큼 사랑해본 날이었네.
아버지...
날 참 많이도 사랑했던 아버지,
나의 기억속에 어린 시절의 난 언제나 아빠의 무릎에 앉아있었다.
그리고는 저녁 밥상이 들어오면 그때야 바닥에 내려와 밥을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한 겨울 나의 손을 잡고 아빠의 점퍼주머니에 넣어 따뜻하게 감싸주던
그 손의 온기, 비가오면 학교에 우산을 들고 오시고, 기차를 탈때면
행여 서갈까 한시간 이상 줄을 서서 가장 좋은 기차로 예매를 해주시던 아버지였다.
덕분에 난 한번도 입석으로 다녀본 적이 없었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아빠의 사랑이 곳곳에서 살아나 눈시울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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