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외로워 하지 마라 / 김완화

kiku929 2010. 1. 18. 20:47

 

 

외로워하지 마라

 

 

김완하

 

 

네가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그리움이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젖은 풀잎 하나

네 등 뒤에 얼굴을 묻기 때문이다

 

네가 외로워하면

이 세상이 다 외로운 것이다

지상에 꺼지지 않는

마지막 등불 하나도

바람 앞에 몸을 내줄 것이다

 

너를 잃어버리고

세상의 손길에 모든 것을

기대어 설 때도

하늘의 별 하나는 깨어 있다

 

너를 모두 잃고

세상이 되돌려주기 기다리며

깊은 잠을 설칠 때

들녘에 집 잃고 헤매는

반딧불 하나 쉬지 않고 길 간다

 

세상의 반은 세찬 파도지만

또 나머지 반은 섬이다

사랑을 잃고, 길이 보이지 않아

몇 밤을 지새운 뒤에야

진정 이 세상을 껴안을 수 있다

 

 

*현대문학,2008 ,8월호

 

 

 

 

살다보면 버릴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픔과 고통도 그에 상응하는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진정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는 시간까지 잠못든 시간들은

어느날 거짓말처럼 환한 햇살을 거느리고 온다.

그 햇살에 눈부셔하며

스스로의 닫힌 문을 열고 나올 때

다른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곳이 아니고도 아주 넓다는 걸...

하나의 세상이 암흑으로 나를 외롭게 만들어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일암 가는 길 / 공광규  (0) 2010.01.18
바닥 / 문태준  (0) 2010.01.18
길이 다하다 / 김사인  (0) 2010.01.18
야누스의 나무들 / 이경임  (0) 2010.01.18
새 / 천상병  (0) 2010.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