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하지 마라
김완하
네가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그리움이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젖은 풀잎 하나
네 등 뒤에 얼굴을 묻기 때문이다
네가 외로워하면
이 세상이 다 외로운 것이다
지상에 꺼지지 않는
마지막 등불 하나도
바람 앞에 몸을 내줄 것이다
너를 잃어버리고
세상의 손길에 모든 것을
기대어 설 때도
하늘의 별 하나는 깨어 있다
너를 모두 잃고
세상이 되돌려주기 기다리며
깊은 잠을 설칠 때
들녘에 집 잃고 헤매는
반딧불 하나 쉬지 않고 길 간다
세상의 반은 세찬 파도지만
또 나머지 반은 섬이다
사랑을 잃고, 길이 보이지 않아
몇 밤을 지새운 뒤에야
진정 이 세상을 껴안을 수 있다
*현대문학,2008 ,8월호
살다보면 버릴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픔과 고통도 그에 상응하는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진정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는 시간까지 잠못든 시간들은
어느날 거짓말처럼 환한 햇살을 거느리고 온다.
그 햇살에 눈부셔하며
스스로의 닫힌 문을 열고 나올 때
다른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곳이 아니고도 아주 넓다는 걸...
하나의 세상이 암흑으로 나를 외롭게 만들어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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