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덤...

kiku929 2010. 1. 29. 19:40

 

 

                      

 

 

 

H에게

 

 

밤이 깊었어요.

언제나 오늘은 빨리 자야지 하다가도

혼자가 되면 잠자는 것이 아까와

이렇게 내 동굴안에 들어와 웅크리게 되네요.

 

겨우살이 동물들이 한 철 먹을 것을 동굴속에 쌓아두는 것처럼

난 이곳에다 이것 저것 쌓아두고 있어요.

한번의 클릭으로 깨끗하게 삭제가 되는데도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으니...

 

하나 하나에 스쳐가는 것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건

이런 내 마음이 지나가는 풍경들이겠지요.

어떤 때는 환해지다가도

또 어떤 때는 너무 멀어 슬프게 하는...

참으로 덧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 성격이 그러하니 어쩌겠어요.

 

H...

오늘 공원을 지나는데 철쭉이 곱게 피었더군요.

꽃은 피고 지는데 무심하건만

왜 난 그 가녀린 꽃잎보다도 못한 건지...

욕심이 너무 많아서일까요?

욕심 없다 없다 하면서도 사실은 욕심이 많았던 걸까요?

 

난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은 덤이라고 생각하려구요.

덤...

주면 감사하고 안줘도 서운하지 않는 것...

 

나 많이 성숙해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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