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에게
밤이 깊었어요.
언제나 오늘은 빨리 자야지 하다가도
혼자가 되면 잠자는 것이 아까와
이렇게 내 동굴안에 들어와 웅크리게 되네요.
겨우살이 동물들이 한 철 먹을 것을 동굴속에 쌓아두는 것처럼
난 이곳에다 이것 저것 쌓아두고 있어요.
한번의 클릭으로 깨끗하게 삭제가 되는데도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으니...
하나 하나에 스쳐가는 것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건
이런 내 마음이 지나가는 풍경들이겠지요.
어떤 때는 환해지다가도
또 어떤 때는 너무 멀어 슬프게 하는...
참으로 덧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 성격이 그러하니 어쩌겠어요.
H...
오늘 공원을 지나는데 철쭉이 곱게 피었더군요.
꽃은 피고 지는데 무심하건만
왜 난 그 가녀린 꽃잎보다도 못한 건지...
욕심이 너무 많아서일까요?
욕심 없다 없다 하면서도 사실은 욕심이 많았던 걸까요?
난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은 덤이라고 생각하려구요.
덤...
주면 감사하고 안줘도 서운하지 않는 것...
나 많이 성숙해졌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