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은 리영희 교수와의 대담형식으로 쓰여진 '대화'라는 책과
박형준 시인이 쓴 산문집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두 권이다.
'대화'라는 책은 법정 스님이 자신의 산문집에서 추천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여
도서관에서 빌려와 짬짬이 읽고 있는 중이다.
그간 몸도 마음도 바쁜 나날이었던 탓에 절반을 읽는데만 열흘이 걸렸다.
이번주도 읽을 시간은 내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내 독서 버릇에는 좋은 책, 맘에 드는 책은 빨리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도록 그 느낌을 오래 가져가고 싶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에 허기지다'라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오지 않고 내가 막내와
일주일 두 번 도서관에 가는 날에만 읽고 있다.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한귀퉁이를 접어놓고 와선 다음에 갔을 때 다시 그 책을 꺼내어
내가 표시해둔 페이지를 펼칠 때의 기분이란 마치 숨겨둔 애인을 몰래 만나는 일 같다. ^^
난 책을 읽을 때 마음이 편안하다.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적어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자위가 드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지나간 시간들을 거슬러본다.
내가 그동안 옳다고 믿으며 지켜왔던 가치기준에 대한 회의, 그리고 그에 따른 상실감과 허무감,
나를 이루는 아이덴티티가 일순 무너지면서 정처를 잃고 허공에 떠다니는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런 막막하고 무의미한 시간들을 이겨내도록 나의 곁에서 함께 동행해준 것은 책이었다.
책과 더불어 길고 긴 터널같은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사물이나 현상을 현미경으로가 아닌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인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일은 다만 하나의 물결이라는 것...
진실은 말이 아니라 세월 속에서, 마음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
이젠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을 개별화 시킬 수 있는 감정의 선을
반듯하게 그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난 이런 내가 참 좋다.
'나쁜 일도 좋은 데에 쓰면 약이 된다.'는 말처럼
나에게 슬프거나 아픈 일이 다가와도 그 슬픔이나 아픔을 좋은 데에 쓸 줄 아는 내가 좋은 것이다.
자화자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ㅎ~
2009.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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