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에게...
오늘은 바람이 차갑습니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은
어제처럼 곱고 환하고 따스해보이는군요.
어쩐지 봄이 느껴지네요.
예전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었죠.
계절이 지나가는 걸 어떻게 느끼냐고.
그때 난 비가 오는 소리로 느낀다고 대답했어요.
계절 끝에서 내리는 비는
다음 계절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봄비가 그렇고, 가을비가 그렇고, 겨울비가 그렇다고.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계절은 햇살로도 오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 따스한 햇살속에
지금 내가 봄을 느끼는 것처럼요.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겨울 끝 풍경들이 내 동공속에 흐립니다.
계절 끝은 언제나 내 마음을 시리게 하는군요.
새 것보다는 낡고 지난 것에,
다가 올 시간보다는
내 손길, 마음, 시선이 스치던 것들에
언제나 내마음은 오래도록 머무니까요.
H...
이 세상에 영원한 진실이 하나 있다면
그건 영원한 것이 없다는 거겠죠.
그 슬픔이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픈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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