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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저수지 물빛...

kiku929 2010. 2. 5. 20:25

 청라저수지...

 

 

슾지엔 버드나무랑 부들, 갈대들이 서로서로 사이좋게 자란다.

 

 

 

이따금 고적한 물위로 새들이 와서 놀아주기도 하는...

 

 

 

난 봄날 처음 잎이 눈 뜰 때의 버드나무가 참 좋다.

유심히 버드나무를 보면 안다.

그 빛깔이 여리디여린 연노랑 빛깔이란 것을...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청라 저수지 근방에 작업실을 마련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눈만 뜨면 보이는 게 물 아닙니까? 청라 저수지는 충청남도에서 두번째로 큰 저수지인데

지금은 세번째인가? 어쨌든 이 거대한 저수지 물빛이 하루에도 열 두번 바뀌어요.

달이 뜨면 달이 떠서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별이 뜨고 내려앉고 지고 나면

새벽 물 안개에다 시간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계절이 바뀌면 바뀐 대로 물빛이 변하는데 별걸 다 봤어요.

청라 저수지는 생기기 전부터 비포장길을 자전거를 타고 안 다녀본 곳이 없이 돌아다녀 더

정이 가는 호수입니다. 그 좋은 데서 살면서 한번도 써본 적이 없는 거라.

물빛이 어찌나 예쁜지 사진을 찍고 싶은 정도인데 단 한 편도 쓰지 않았으니 직무유기를 한 셈이지요.

그래서 그 광경을 한번 써보자, 풍경을 가지고 한번 그려보자. 보름달이 휘영청 걸린 새벽 한시에서

두시 사이에 혼자 깨어나 호수를 내다보았다면, 그 물빛에 귀신이라도 가만히 있겠어요?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중에서  153쪽 /유용주

 

 

 

 

보령출신의 소설가 '관촌수필'의 이문구 선생님과의 대담 내용중 한 부분을 옮겨보았다.

 

내가 우리 고향에서 가장 즐겨가는 곳, 자주 생각나는 곳이 바로 청라저수지이다.

초등학교부터 소풍장소가 되었던 곳이지만 그다지 특별하게 가슴에 남아있을 법한 일은

없는데도 왠지 나이가 들수록 그곳이 그리워진다.

별 일 없으면 드라이브로 휘익 둘러보고 오는 곳...

이 저수지가 보이는 곳에 집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친구에게 말하니

저수지는 물이 갇혀 있는 풍경이라서 나같은 사람에겐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ㅜㅜ

 

오늘밤은 사람처럼 그립다.

날이 따뜻해지고 버드나무에 연두빛 물이 오르면 천천히 걸어봐야지.

시를 음미하듯 음악을 감상하듯,

물빛에 취해 봄바람을 가르면서 한 발, 또 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