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존재의 수치

kiku929 2010. 3. 29. 14:02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한 세계에 소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세계에도 소속하지 않는 것은 존재가 아니다.

'세계'라고 하는 좌표에 소속하고 있는 한에 있어서 비로소 존재는 수치를 가진다.

카프카의 경우에는 어느 세계에도 소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라고 하는

즉, 존재를 상실하고 있는 원죄를 걸머쥐고 태어났다.

그의 전 생애동안의 고뇌와 노력은 어떻게 하면 세계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세계에 소속할 수 있을 것인가.

즉 어떻게 하면 존재의 수치를 얻을 것인가 하는 점에 쏠려 있었다.   -박환덕-

 

 

 <소송> 머리말 중에서 /프란츠 카프가, 박환덕 옮김

 

 

 

 

카프카는 그의 생전에서는 세계안의 '존재의 수치'를 얻지 못했을 지는 몰라도

그처럼 사후에 절대적인 존재의 수치를 얻은 작가도 흔치 않을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카프카는 자기 친구에게 자기의 유고를 모두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의 친구는 카프카의 유고작품을 모두 정리하여 출판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친구에게 대단한 찬사를 보냈다지만 난 죽은 사람은 이미

자신에 대해 아무 권리도 없는것인가 싶어 일면 씁쓸해진다.

물론 그 친구에 의해 카프카의 작품이 후세에 남겨졌다는 사실은 감사할 일이지만

친구가 살아있어서 하지 못했을 일이라면 친구가 죽었다 하여도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산 사람의 죽은자에 대한 존중이며 예의라는 생각,...

나의 사고가 지나치게 개인적인 범주안에 머물러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