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고영민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땅 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축축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과거가 되어버린 사랑은
모두
'슬픔'이라 부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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