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 고영민

kiku929 2010. 4. 14. 14:43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고영민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땅 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축축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과거가 되어버린 사랑은

모두

'슬픔'이라 부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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