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칠월 / 허연

kiku929 2010. 7. 2. 02:05

 

 

 

 

칠월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칠월이면 생각나는 시.

 

여름날 비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되는 마지막 구절...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가 알까나.

나의 마음을,

또, 나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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