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칠월이면 생각나는 시.
여름날 비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되는 마지막 구절...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가 알까나.
나의 마음을,
또, 나의 사랑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은함에 대하여 / 도종환 (0) | 2010.07.12 |
---|---|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박정대 (0) | 2010.07.07 |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0) | 2010.06.21 |
이제는 없다 / 심호택 (0) | 2010.06.21 |
스위치 / 김지녀 (0) | 2010.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