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박 정 대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나의 가슴에 성호를 긋던 바람도
스치고 지나가면 그 뿐
하늘의 구름을 나의 애인이라 부를 순 없어요
맥주를 마시며 고백한 사랑은
텅 빈 맥주잔 속에 갇혀 뒹굴고
깃발 속에 써놓은 사랑은
펄럭이는 깃발 속에서만 유효할 뿐이지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복잡한 거리가 행인을 비우듯
그대는 내 가슴의 한 복판을
스치고 지나간 무례한 길손이었을 뿐
기억의 통로에 버려진 이름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순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맥주를 마시고 잔디밭을 더럽히며
빨리 혹은 좀 더 늦게 떠나갈 뿐이지요
이 세상에 영원한 애인이란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름이 있다면 그건 '애인'
보이지 않고 잡을 수도 없는 가녀린 마음 한 쪽에 기대어
그래도 뭔가를 씨뿌려보자고,
그래서 꽃이라도 한 송이 피워보자고
애쓰는 눈물겨운 손길들...
그러나 사랑할 때는 무엇보다 강하지만
사랑이 사라지면 허수아비 인형과도 같은 애인.
애인의 영원한 이름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옛애인'...바로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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