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작년 이맘쯤에 쓴 글들을 읽어보았다.
새삼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감회에 젖는다.
한 해가 지났는데도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다니.
작년과 올해의 나, 변하지 않은 그대로인 것만 같다.
똑같이 고민하고 똑같이 아파하고 똑같이 희망하고...
세월이 흘러도 난 아직 말뿐인 어른인가보다.
팔월 중순이 지나면 날은 무더워도 어딘지 모르게 공기가 달라진다.
하얀 가루를 뿌리는 듯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면
그 아래 나뭇잎들의 그림자가 망사처럼 투명하게 어룽거린다.
바람도 슬쓸하리만치 가볍다.
세상은 물기를 말리느라 고요하다.
그렇게 가을이 오곤한다.
그렇게 또 나는 올 가을을 맞이한다.
20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