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서늘하다.
폭염속의 나날들이 불과 며칠 전인데도 아득하기만 하다.
참으로 이상하다.
일 년, 이 년, 삼 년... 이렇게 멀리 가버린 세월들은 모두 엊그제만 같은데
불과 일 주일 이주일, 한 달..., 이렇듯 지금과 멀지 않은 이런 시간들은 왜 그리 까막득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내가 바닷가에 간 적이 언제였을까, 내가 능소화를 본 적이 언제였을까를 생각하면
마치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꿈인 듯 싶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또 한 해 두 해 쌓이고 나면 불과 어제처럼 느껴지게 되겠지.
모처럼 블로그에 들어와 몇글자 끄적여본다.
요즘은 손가락 마디들이 아파서 자판을 많이 두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너달 전부터 느껴지던 통증이 좀처럼 낫지를 않는다.
몸에 하나 둘 병이 쌓인다.
그것도 완치될 수 있거나 잠깐 스쳐가는 병이 아닌,어쩌면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하는 병들이다.
이제 내 몸도 그런 병들에 점점 익숙해져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될 것이다.
장농 속 이불들을 정리하다가 솜을 틀어 새로 요를 만들기로 했다.
조금후면 어제 전화해둔 솜틀집에서 수거하러 올 것이다.
천연솜인 목화솜은 써보면 얼마나 좋은지 안다.
여름엔 더운 공기가 몸안에 감기지 않고, 겨울엔 따뜻한 방바닥의 열기가 목화솜 사이사이 스며들어
따스한 감촉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막내는 침대 위에도 요를 깔고 잔다.
경제사정이 좀 좋아지면 해야지 하고 미뤄왔는데 큰 맘 먹고 요라도 몇개 새로 만들어야겠다.
내 결혼을 앞두고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 이불들...
엄마는 다시는 못오시지만 그 이불들은 새 솜이 되어 다시 올 것이다.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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