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앵두가 익을 무렵에
매미가 소란스러운 아침이다.
요즘 매미들은 자지도 않고 밤새도록 베란다 방충망에 붙어서 운다.
시끄럽다고 짜증내다가도 그 간절한 마음이 읽혀서 입을 다물게 된다.
짝을 짓는 일을 왜 조물주는 그토록 삶의 가장 본질적인 일로 만들어 놓았을까나.
커피 두 잔째 마시는 중...
바람이 참 시원하다.
여름이 끝나가는 것만 같아 벌써부터 알 수 없는 통증이 느껴진다.
정점에서 뭔가 사위어가는 느낌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삶의 모든 일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
내리막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없는 사람은 오를 자격조차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성숙한다는 것은 얼마나 잘 올라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내려오는가가 아닐까.
그래, 다 올랐으니까 이제 내려갈 때야, 라고 담담하게...
그 내려오는 길마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여름이 끝날 무렵은 내가 일년중 가장 마음 상하는 계절이다.
남들은 봄이나 가을을 탄다고 하지만 난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음의 몸살을 호되게 앓고는 한다.
하지만 올 해는 작년보다 보다 더 성숙해지는 내가 되고 싶다.
여름이 가는 끝을 음미하며 계절이 변하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모든 것은 현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기에 슬프다는 것도 단지 내 마음일 뿐이다.
날 슬프게 하기 위한 현상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올 여름엔 많이 느끼고 싶다.
8월 중순이면 개심사에 피고있을 배롱나무도 보러가고
사람들이 떠나버리고난 한적한 바닷가도 가보고 싶다.
자연은 내게 많은 것을 일러줄 것이다.
파도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의 고적한 자리,
한 고비를 지나 온 후의 모습들이 얼마나 성숙하고 평화로운 것이지를...
올 해는 자연에게서 그 깨우침을 얻고 싶다.
그래서 묵묵히 햇볕을 받으며 익어가는 능금처럼 성숙한 내가 되어야지.
징징대지 않고 조용히,
지나온 시간을 단맛으로 우려내는 내가 되어야지.
2010.8.3. 매미 우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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