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그늘 / 강미정

kiku929 2010. 10. 21. 12:33

 

 

 

 

꽃그늘 

 

 

 강미정

 


꽃이 지고 있는 나무 그늘에서
아이는 내 무릎을 베고 잠들었다
왁자하게 술렁이던 꽃나무는
적막이 한 그루다, 
천천히 한 장을 내려놓고 두 장을 내려놓다가  
후루루, 빠르게 다 내려놓는다 
네가 내 몸으로 와서
몸 가득 초록으로 살 때까지
네가 내 몸으로 와서
몸 가득 아픔으로 살 때까지
네가 내 몸으로 와서
몸 가득 사랑으로 살 때까지
죽도록 죽도록 살 때까지 살 때까지,
정처는 고요하게 푸르기만 하고
정처는 수런거리는 길 안에만 있고
정처는 너무 오래도록 한 곳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한 잎의 적막이 내려앉은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꽃 그늘의 수런거림이 고요하고 푸르다

 


*부산일보 /시가 있는 주말

 

 

 

꽃이 지고 있는 그늘 아래에

잠시의 흔들림, 잠시의 고요, 잠시의 거처, 잠시의 눈맞춤이 왔다가 사라진다.

 

꽃이 지고 있는 그 사이,

 

그 그늘속에 빌려 살던 너와 나의 시절도 

그렇게 흐르고 흐르고 흘러가니...

 

 

 

**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이제 초록의 생기도 사라지고 마지막까지 꽃을 피우던 꽃들도 서서이 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초록과 꽃이 드리우던 그 그늘은 여전히 고요하고 푸르르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이야기 / D.H.로렌스  (0) 2010.12.02
산 / 정희성  (0) 2010.11.19
민들레 / 장석남  (0) 2010.10.07
내가 사는 계절 / 김은자  (0) 2010.09.25
그늘 / 이상국  (0) 201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