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 이야기 / D.H.로렌스

kiku929 2010. 12. 2. 18:43

 

 

         

 

 

 

겨울 이야기

 

 

D.H.로렌스

 

 

 

들판은 흩날리는 빛으로 온통 흰색이었고

가장 긴 풀잎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깊은 발자국은 눈 위에 새겨져

언덕의 맨 끝 솔밭길까지 이어져 있다

 

난 그녀를 볼 수가 없다. 희뿌연 안개 스카프가

검은 숲과 흐릿한 오렌지빛 하늘을 흐려 놓았기에.

그러나 그녀는 초조하게 추위에 떨며 기다리겠지

초조하고 차갑게, 흐느낌 같은 것이 싸늘한 한숨에 스며들면서.

 

피할 수 없는 이별이 더욱 가까워질 뿐임을 정녕 알면서도

왜 그녀는 그렇게 선뜻 오고 마는 걸까

언덕길은 험하고 내 걸음은 더디다

내가 할 말을 알면서도

왜 그녀는 오는 것일까

 

 

 

 

 

왜냐하면 그녀는

피할 수 없는 이별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0) 2010.12.29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 문태준  (0) 2010.12.06
산 / 정희성  (0) 2010.11.19
꽃그늘 / 강미정  (0) 2010.10.21
민들레 / 장석남  (0) 2010.10.07